[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남영동 대공분실의 건축가, 김수근은 정말 지옥을 설계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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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5-06-30 14:04본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서현은 2019년 8월30일자 중앙일보에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을 두둔하는 글을 썼다. 그것도 ‘남영동 대공분실’의 설계자 김수근을. 리영희와 김근태의 또렷한 증언과, 서울대 3학년생 박종철 사망 사건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곳이 얼마나 끔찍한 고문 현장이었는지를. 그래도 서현은 김수근이 고문시설을 정교하게 설계했다는 주장을 “상상이 그려낸 마귀의 형상”이라고 비판했다. 1977년 지은 남영동 대공분실은 2025년 현재 민주화운동기념관이 되었다. 6월 개관을 앞두고 서현에게 6년 전 글에 관해 물었다.
“세상에 어떤 정신 나간 인간이 ‘우리 여기서 사람들을 고문할 거니까 고문에 적당한 건물을 만들어주세요’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할 수 있나. 고문은 암암리에, 불법적으로 행해지는 것이다. 고문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공간을 생각하기란 어렵다.”
‘고문을 염두에 두고 공간을 설계했다’는 전제부터 성립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건물에서 고통받았다는 사람은 많고, 그들의 기억은 생생하다. 연행 직후 묵직한 철문 닫히는 소리에 덜컥 내려앉은 가슴, 5층 취조실 복도로 곧장 올라가는 나선형 철제계단에서 느낀 어지러움과 두려움, 복도 양쪽 취조실 문이 서로 엇갈려 문밖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때의 막막함, 차라리 목숨을 끊고 싶었지만 머리 하나 내밀 수 없는 좁은 창에서 다가온 절망… 이는 정말 김수근이 의도한 감정일까.
우선 나선형 계단. 5층 외 다른 층엔 입구조차 내지 않은 이 계단은 대공 혐의자 동선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나선형 계단은 공간사옥(현 아라리오갤러리) 등 김수근의 설계작에서 종종 보이는 요소다. 직선 대신 곡선을 쓴다는 심미적 이유, 면적을 조금 차지한다는 실용적 이유가 모두 작용한다.
다음은 문이 엇갈린 복도. 복도가 아주 넓지 않은 한 서로 마주 보는 문이 동시에 열리면 충돌이 생길 수 있다. 공동주거·숙박시설에서 보통 각 가구의 문을 엇갈리게 내는 이유다. 그래야 사생활도 보호된다. 이러한 설계상 관습이 남영동 대공분실에 그대로 적용됐을 수 있다.
그리고 좁은 창. 당시 치안당국 딴에는 사회적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사람을 가두는 시설이었으므로 창을 마냥 크게 낼 수는 없었다. 큰 창을 내면 쇠창살을 설치했을 것이다. 피조사자에게 심리적 고통을 주는 게 목적이라면, 아예 창을 두지 않는 선택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고문시설’을 상정한 게 아니라고 해도 김수근이 지독한 ‘감금시설’을 설계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취조실마다 피조사자의 모든 것을 감시할 수 있는 녹음 장치, 감시카메라, 외시경이 설치됐으며, 용변을 볼 때조차 몸을 감출 수 없었다. 여기까지는 1976년 김수근의 사무실에서 작성한 도면이 건조하게 전하는 부분이다. 설계 배경과 과정에 대해선 아무 말도 없이. 그다음은 추론과 상상의 영역이다.
네, 제가 선생님의 뜻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빛이 인간에게 희망뿐 아니라 두려움과 무력감을 안길 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창이 필요했던 건데…… 저는 완전히 반대로 생각했으니까요. (중략) 희망이 인간을 잠식시키는 가장 위험한 고문이라는 걸 선생님은 알고 계셨던 거죠? (성해나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중)
소설가 성해나는 남영동 대공분실의 설계 과정을 상상해 이야기 한 편을 썼다. 소설 속 건축가인 스승 여재화는 처음 해보는 종류의 일감 앞에 머뭇거린다. 반면 제자 구보승은 침착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설계를 쭉쭉 밀고 나간다. 역시 대공분실 설계 과정을 각색한 연극 <미궁의 설계자>(작가 김민정)엔 김수근을 떠올리게 하는 건축가 김 선생이 등장한다. 김 선생의 지시를 받아 설계를 도맡은 문하생 양신호는 작업 내내 번민한다. 이렇게 픽션의 건축가는 이 감금시설을 설계하며 어떤 불길함을 감지한다. 현실의 김수근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했을까.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 안창모는 김수근이 이 건물에서 일어날 일을 상상하지 못했으리라고 생각하는 건 “김수근이 바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고 비판한다. “당시 유신 체제는 긴급조치를 남발하면서 누가 봐도 민주화운동 하는 사람들을 잡아가고 사건을 조작했다. 그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그 건물이 어떻게 쓰일지 몰랐다? 그것은 김수근을 보호하는 게 아니다. 김수근은 가장 높은 클래스의 정보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김수근이 ‘2인자’ 김종필과 막역했던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안창모는 김수근을 위한 최선의 변명은 “어차피 비인권적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데 그나마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만들어주자, 이렇게 판단했을 거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2019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의뢰로 남영동 대공분실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 1970년대 대공분실 중 옥인동만 봐도 남영동보다 시설이 훨씬 후지다는 것이다. 물론, 관대하게 해석했을 때의 이야기다.
안창모가 보기에 김수근은 남영동 대공분실 설계를 “기꺼이 했다”. 나선형 계단이 남영동 대공분실과 공간사옥에 똑같이 등장하는 것처럼, 대공분실의 입구는 1년여 뒤 설계한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의 입구와 닮았다. 남영동 대공분실을 감싼 검은 벽돌은 공간사옥 역시 감싸고 있다. 김수근은 1960년대 후반 한국 건축의 본질을 고민하면서 검은 벽돌의 매력에 빠져든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김수근 작품세계의 어엿한 일부라고 봐야 한다.
자네, 요새도 형사가 찾아오나? (중략) 얼마 전에 치안국, 정보부 간부들하고 술 먹는 자리에서 <공간> 신입사원 중에 문제 인물이 있는데 아느냐고 묻더군. (중략) 걱정 말고 일이나 잘해. 자네는 내게 맡기라고 했어. (유홍준 <당신이 유명한 건축가 김수근입니까?> 중)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은 1976년 10월 김수근이 창간한 건축잡지 ‘공간’ 편집부에 합류했다. 당시 긴급조치 위반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 경찰 감시를 받았는데, 차마 회사엔 말하지 못했다. 그런데 김수근이 직접 정보를 듣고 와서는 되레 그를 격려했다는 거다. 이후 형사는 더는 찾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유홍준이 회고한 시기는 한창 남영동 대공분실을 짓던 때다. 김수근은 치안국을 좌우할 정도로 수완 좋은 사업가였다. ‘왕당’이란 별명이 말해주듯 배포와 언변이 남달라 호감과 믿음을 주는 캐릭터였다.
<김수근 건축론>(1996)을 쓴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 정인하는 김수근에게서 어떤 내면의 분열을 읽는다. “한편으로는 상당히 외향적이면서 권력과의 결탁을 추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굉장히 내향적이면서 자신의 고유한 감성에 집중한다. 그 공존이 좀 의아하다. 보통 사람이면 조화가 잘 안되는 성향인데 그게 다 있다. 일기나 메모를 보면 그런 분열적인 면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좀 보인다.”
남영동 대공분실 이후 김수근은 서대문 치안본부(현 경찰청) 설계도 수주한다. 건축가는 원래 그런 존재다. 자본과 권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적어도 재능을 마음껏 펼치고 싶다면. 김수근은 남다른 조형 감각의 소유자였다. 권력과 야합해 재능을 제한 없이 발휘했다. 연극 <미궁의 설계자>는 대사를 통해 묻는다. “그에게 과연 속죄의 마음이나 부끄러움은 있었을까요?” 김수근은 민주화 전인 1986년 간암을 앓다 죽었다. 20여년이 지나서야 남영동 대공분실이 그의 작품이란 사실이 알려진다. 김수근이 살아 있었다면 과거를 참회했을까? 이런 가정조차 무색한 지금, 우리는 대체 그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목요일인 26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곳곳에 비가 내리겠다.
기상청은 이날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 충북, 경북 북서 내륙에 오전까지 5㎜ 미만의 비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강원 내륙·산지는 늦은 오후 5∼10㎜가량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겠다.
이날 오전 5시 현재 주요 지역의 기온은 서울 19.9도, 인천 19.8도, 수원 19.1도, 춘천 18.5도, 강릉 19.5도, 청주 20.7도, 대전 20.2도, 전주 21.4도, 광주 19.8도, 제주 23.1도, 대구 22.1도, 부산 20.9도, 울산 20.4도, 창원 19.1도 등이다.
낮 최고기온은 25~30도로 예보됐다. 당분간 전국 내륙을 중심으로 낮 기온이 30도 이상 오르겠고, 특히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고 체감 온도가 31도 이상 올라 더운 곳이 많겠다.
바다의 물결은 동해 앞바다에서 0.5~1.5m, 서해 앞바다에서 0.5m, 남해 앞바다에서 0.5~1.0m로 일겠다. 안쪽 먼바다(해안선에서 약 200㎞ 내의 먼바다)의 파고는 동해 0.5~2.0m, 서해 0.5~1.0m, 남해 0.5~1.5m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로 앞으로는 남극 탐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국내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1년에 한 번 연구자가 직접 남극에 가서 데이터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던 남극 관측 방식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수부는 26일 우리 기술로 개발한 ‘극한지 스마트 관측 시스템’이 남극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했다고 발표했다.
그간 남극 탐사는 연구자가 1년에 한 번 남극을 방문해 직접 장비를 점검하고 데이터를 수동으로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영하 수십 도의 혹한, 극야, 위험 지형 등으로 실시간 데이터 회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극지연구소,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은 남극의 지진과 기상, 빙하의 움직임 등을 실시간으로 국내로 전달하는 ‘스마트 관측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2023~2024년, 2024~2025년 두 차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서 각각 2개월간 실증 테스트를 거쳤다.
연구팀은 남극 5곳 관측소에 자체 개발한 관측 장비와 자율 로봇을 ‘극한지 사물 인터넷’(IoET) 기반의 무선 통신망으로 연결하고, 관측 데이터를 수십㎞ 떨어진 기지에 실시간으로 전송하도록 했다. 자율 로봇은 눈에 가려진 크레바스(빙하의 갈라진 틈)를 탐지·회피하면서 관측소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았다.
현장 실증 결과, 시스템은 영하 50℃ 이하의 환경에서도 50㎞ 거리까지 초당 10메가비트(Mbps) 이상의 속도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전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3대 이상의 로봇이 동시에 작동해도 이상 없이 각종 관측과 점검 임무를 원활히 수행했다.
이번 실증은 해수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가 2021년부터 공동으로 추진해온 ‘극한지 개발 및 탐사용 협동 이동체 시스템 기술개발 사업’에 따라 이뤄졌다.
해수부는 “극지의 (기후) 변화는 북극발 한파나 해수면 상승 등으로 우리의 일상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기에 극지에 대한 과학적 관측과 연구는 중요하다”며 “극한 환경에서 더욱 안전하고 안정적인 연구가 가능하도록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기 위해 농산물 할인 지원을 늘린다. 할인 행사 지원대상을 대형마트 위주에서 전통시장과 슈퍼마켓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농축산물 할인 지원 사업에 총 2280억원이 배정됐다. 기존 1080억원에서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1200억원이 추가됐다. 농식품부는 예산을 여름 휴가철과 방학, 추석 성수기에 집중 투입해 장바구니 부담 완화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할인행사 지원대상을 전통시장과 슈퍼마켓 위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결제단말기(POS) 시스템이 없는 전통시장에는 온누리상품권 환급이나 제로페이 상품권 할인 발행 등으로 구매를 지원해왔다. 농식품부는 전통시장에서도 대형마트처럼 상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이달 13일까지 16개 시장에서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이후 사업 결과를 분석해 사업 확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슈퍼마켓에서도 소비자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관련 협회와 참여 방식을 논의 중이다.
지금까지 주요 농축산물 가격은 안정적인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중순 배추와 무 소매가격은 각각 3458원, 2039원으로 1년 전과 비슷하다. 사과 소매가격은 10개에 2만8966원으로 1년 전보다 14.3% 싸다. 배 10개 가격(4만24원)도 1년 전보다 36.1% 내렸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소고기 등심과 돼지고기 삼격살 가격은 각각 100g에 1만420원, 2727원으로 1년 전과 비슷하다. 닭고기도 키로당 5472원으로 1년 전보다 8.2% 저렴하다. 계란 특란 30개는 7011원으로 1년 전보다 6.4% 올랐지만 이달 초순(7028원)보다는 소폭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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