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가입현금지원 [에디터의 창]AI 시대에는 기계를 돌보는 몸이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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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5-06-27 10:36본문
그 후로 9년, 김충현이 속한 회사는 8번 바뀌었다. 회사가 2년 이상 근무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지만 그것을 회피하려 한 사정과 관계있다. 그는 불공정한 다단계 하청 구조의 가장 아래에서 일하다 지난 2일 기계에 끼여 숨졌다. 같은 발전소에서 20대 김용균이 숨진 지 6년이 지났지만 일터 안전에서 근본적으로 개선된 것이 없었다.
김충현은 재하청 노동자이면서 이른바 ‘전환’(에너지 전환을 뜻한다) 대상 산업 종사자였다. 재하청은 일 시키는 사람은 있어도 안전을 책임질 사람은 없다는 뜻이고, 전환은 일자리가 곧 사라진다는 뜻이다.
김충현과 김용균이 위험한 작업 환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일자리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김충현은 숨지기 며칠 전 지인에게 ‘태안화력 폐쇄’ 관련 뉴스를 공유하며 “발전소 아닌 곳에서 일하게 된다면 발전소 경력을 연장하는 곳이 어딜까” 물었다. 태안화력은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원 퇴출 방침에 따라 올해부터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발전소를 폐쇄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하청 노동자는 일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위기 책임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부유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있는데, 그 비용이 노동자들에게 집중되는 부정의이다. 원청은 이들을 상대해주지 않고 정부도 이 문제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김충현은 열심히 살았다. 끊임없이 새로운 직업 기술을 연마했고, 다른 동료들에게도 재교육 필요성을 설파했다. 취약계층과 해외아동을 도왔고, 탄핵집회에도 참가했다. 그가 스러진 날은 대통령 선거 하루 전이다. 마지막까지 존엄성과 책임을 지키려 했던 이 노동자는 어떤 세상을 바랐을까.
김충현은 죽기 전 <이재명과 기본소득>이란 책을 읽고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 이재명의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 기본소득 정책을 취재한 언론인이 쓴 책이다. 구조적으로 일자리가 늘지 않는 현실에서 고용과 연계되지 않은 소득보장 정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책 속에서 이재명이 말했다.
“기술이나 생산력이 충분히 발달해서 모든 사람이 다 노동하지 않고도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상태에 왔다. 그러면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잘살아야 하지 않나? 그런데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못살고 있다. 그렇다면 구조적 원인이 무엇일까? 결국은 불평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김충현이 깊이 공감했을, 사태의 본질을 관통하는 말이라고 본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대전환’이란 말이 많이 쓰인다. 내란을 넘어 사회 대전환을 해야 한다. 그런데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것은 인공지능(AI) 기술로 경제성장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며 이 말이 쓰일 때이다. AI 연구·개발은 필요하다. 하지만 AI 기술 혁신이 곧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이 기술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숙고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얼마간 국내총생산(GDP)을 올리는 데 보탬이 되더라도 지금 사회의 불평등과 기후위기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 한 가지 분명한 건 AI가 일자리를 급격히 줄이리라는 점이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결과가 따를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종 전인 지난 1월 ‘옛것과 새것-인공지능과 인간지성의 관계에 관한 노트’에서 AI 발전이 노동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현 구조는 느리고 약하고 재능이 부족한 사람들이 삶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투자하지 않는 듯하다”며 “소수가 많은 이들의 빈곤을 대가로 과도한 이익을 누리게 될” 것을 우려했다.
AI가 고도화된다고 노동 현장이 더 안전해질 것 같지도 않다. 사람들은 기계가 도입되면 보다 많은 사람이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노동자에게 맞춰진 기계가 아니라, 기계의 속도에 노동자가 맞춰야 하는 상황이 됐고, 그 결과는 ‘김충현’들의 죽음이었다. 김충현처럼 기계를 돌보는 사람은 필요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윤만 중시하는 지금 구조 아래선 AI 시대에도 여전히 빵 굽는 기계에 기름칠하러 들어가다가, 오작동한 선반 기계를 고치다가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책임 있는 윤리적 ‘AI 대전환’을 생각해볼 때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한마음금융’ 등 옛 배드뱅크에서 인수받아 관리하고 있는 장기연체채권이 5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3조원 가량은 20년이 넘은 오래된 채권인데도 캠코는 소멸시효를 연장하고 외부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추심을 이어가고 있다. 시민단체에선 캠코의 위탁을 받은 민간 회사의 불법 추심 문제도 거론해 향후 설립될 배드뱅크에선 기존 장기연체채권 처리 방식을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캠코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캠코가 보유한 ‘한마음금융’과 ‘희망모아’, ‘국민행복기금’(구 신용회복기금) 채권은 총 33만8389명분, 5조297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이 중 20년 이상 연체된 초장기채권만 19만7938명분, 3조3050억원 가량이다.
한마음금융과 희망모아, 국민행복기금은 2004년부터 2013년 사이 장기연체채권들을 매입해 조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캠코 산하에 설립됐던 채무조정기구다. 현재 이들 사업은 모두 종료됐으나, 소각 대상이 아니거나 채무조정 약정에 따라 변제 일정이 잡힌 채권을 캠코가 이어받아 관리하고 있다
금융 시민단체들은 채무자들의 회생을 목표로 사업을 벌인 캠코가 연체 이후 20~30년이 넘은 현재까지 추심을 이어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초장기 연체 채권들은 회수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경우가 많아 소각을 통해 재기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캠코 측은 “상환 능력이 없다면 내부적인 기준에 따라 채권을 소각하지만, 소득이나 재산이 확인되는 등 상환능력 부재가 명백히 입증되지 않는다면 ‘도덕적 해이’ 등을 고려해 채무 관계를 임의로 종결시킬 수 없다”며 “다만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에 대해서는 상환 능력에 맞는 선별적 채권 관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시민단체들은 캠코가 추심 실무를 실적 중심의 민간 신용정보회사에 위임하다보니 불법적 추심이 이뤄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금융 시민단체 ‘롤링주빌리’의 유순덕 상임이사는 “상담사례 중에는 소득이 없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명의상 20% 지분을 보유한 중고차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캠코로부터 채무조정을 거절당한 경우도 있었다”며 “그의 추심을 맡은 위탁 업체는 하루 3차례 이상 개인 휴대폰으로 추심을 하는 등 개인채무자보호법을 위반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반면 캠코 측은 위탁 추심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캠코 관계자는 “고령자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 계층은 위탁 추심 대상에서 제외하고, 위탁사 자격제한 요건은 명문화했으며, 상시적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과잉추심을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장기연체채권에 대한 위탁 추심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추심업체에 들어가는 재원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캠코가 외부 업체 추심으로 들인 비용은 2021년 185억5400만원에서 지난해 279억5900만원으로 점차 늘어났다. 최근 5년간의 총비용은 1176억원 가량이었다.
최근 새 정부가 캠코를 통한 배드뱅크를 또다시 추진하면서 캠코의 장기연체채권 처리 방식을 둔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남근 의원은 “채무자들의 고충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려면 그간 이어졌던 배드뱅크 운영 방식의 문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가담해 기물을 파손한 시위들자에게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했다. MBC(문화방송) 취재진을 폭행한 30대 시위자에게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부지법 형사9단독 김민정 판사는 25일 서부지법 사태에 가담(특수건조물침입)해 기물을 파손하는(특수공용물건손상) 등의 혐의를 받는 한모씨(72)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정모씨(38)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있었던 지난 1월19일 서부지법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특히 정씨는 범행 이전에 물건을 파손할 수 있는 특수 장갑까지 준비해서 기물을 파손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판사는 “법치주의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기초”라며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물리적 폭력으로 공격하는 행위는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로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고 다르지 않다”고 봤다.
서부지법 형사1단독 박지원 부장판사는 이날 특수건조물침입, 특수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문모씨(33)에게 징역 1년2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문씨에게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문씨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문씨에게 서부지법 경내에 진입한 혐의(특수건조물침입)와 난동 당시 다른 시위자와 함께 MBC 영상 촬영 기자를 넘어뜨리고 다치게 한 혐의(특수 상해) 등을 적용했다.
법원은 문씨에게 검찰이 적용한 특수건조물침입 혐의 대신 건조물침입 협의만 인정했다. 문씨가 난동 사태 당시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참작했다.
두 혐의의 차이점은 ‘단체, 다중의 위력’을 이용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했는가다. 서부지법 사태에 가담해 ‘특수건조물침입’ 혐의가 인정된 피고인들의 경우 대부분 실형이 선고됐다. 박 부장판사는 “법원 후문 밖으로 나갈 때까지 대부분 시간 동안 무리의 가장 뒤쪽 담에 올라가 관찰하기만 했다. 피고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 모두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하거나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박 부장판사는 “(문씨의) 범죄와 죄질이 불량하다”면서도 초범인 점, 경찰에 자진 출석해 일부 자백한 점 등의 양형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저질러 1심 선고를 받은 14명 중 서부지법 경내에 들어갔지만 실형을 선고받지 않은 경우는 문씨가 처음이다. 이날까지 형 집행 유예가 나온 경우는 법원 침입 전 시위 과정에서 취재진을 폭행했던 경우, 법원 정문 앞에서 집회 해산을 요구하는 경찰관의 머리를 들이받은 경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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